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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식물 벌레 퇴치법

by 황금들보 2025. 8. 24.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다 격을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싱그러운 봄을 지나,  조금씩 기온이 오르면 생기는 잎을 갉아 먹는 벌레 이야기다.

작년에 앵두 나무 한 그루를 통채로 잡아먹었던 터라, 올해는 주기적으로 유심히 잎들을 살폈다. 한 살 더 더한 내 시력은 여기서 더  떨어질것 같지 않았지만, 예상을 넘어 한 단계 진화하여 작은 것을 더욱 못보게 되었다. 실로 노안이란. 이런 눈이기에 더욱 집중해서 잎 뒷면을 살피었다.

5월지나 6월 어느 날까지,
'휴~ 올해는 다행이 벌레 없이 넘어가는가 보군'
그랬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 방심은.
어느 날. 아래에서 위로 햇빛을 바라보다 보니 아주 작은 검은색이 잎에 묻어있었다. 아닐거야 하는 희망을 품고 좀 더 긴 시간동안 그 점을 바라보았다. 그 점은 분명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아 제길'
입에선 불순한 말이 저절로 새어 나왔다. 그리고 머리 속에선 주마등 같이 그 동안의 노력들이 하나 하나 떠올랐다.

마요네즈를 희석해 잎에 뿌렸던 일. 흙에서 올라 오는 것 같아 줄기 중간에 플라스틱 용기에 마요네즈 호수를 만들어 벌레가 줄기를 타고 올라오지 못하게 한 일. 친환경 약을 구매해 뿌렸다가 오히려 잎을 다 죽였던 일. 흙을 소독한다고 빨래 삶는 통에 담고 태웠던 일. 일주일에 한번씩 샤워기 물로 잎 뒷면을 씻었던 일. 이 모든 게 두서없이 휘리릭 지나가며, 나의 노력을 비웃고 가슴을 할퀴며 사라졌다.

그리고, 떠 오른 것.
'이제 어떡하지? 방법이 있나?'

지나간 경험을 돌아보며, 두 가지를 해보기로 했다. 마요네즈 희석물을 보다 자주 뿌려보자. 그리고, 잎을 주기적으로 샤워기로 씻겨보자.

그렇게 열심히 하니, 조금은 효과가 있었다. 잎을 갉아먹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뿐. 결국은 잎이 다 시들어 떨어져야 저것들은 멈출 것이다. 그리곤 또 어딘가에서 숨어지내다가 내년에 나타나겠지. 절망스러웠다. 그렇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하던대로 샤워기 앞에 앵두나무와 다시 섰다. 순간
'뜨거운 물로 잎을 씻으면 어떨까? 벌레가 죽지 않을까? 잎이 죽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잎이 죽을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가면 어차피 다 떨어질 잎들이었다. 그럴꺼라면 시도나 해보자라는 생각에 수도를 온수쪽으로 끝까지 돌렸다. 우리집 온수는 살이 데일 정도는 아니지만 꽤 뜨거운 느낌이었으니 그 작은 녀석들은 감당할 체구가 아닐거야. 온갖 잡다한 물리학, 열역학 법칙을 들어가며 성공을 예감했다.
 
'흐흐흐흐, 아스탈라비스타, 제발 좀 잘가라 이것들아'

그 후, 다행히 시간이 지나도 벌레가 다시 생기지 않았고, 잎들도 무사했다. 대 성공인 것이다. 누구든 벌레와의  전투에서 속절없이 밀린다면 최후의 방법으로 써보기를 권장한다. 참고로, 성공의 단맛을 본 후 바질, 상추, 블루베리 등등에도 해 보았는데, 그 여린 것들도 온수를 견뎌내었다. 다만 실행 시 한 잎에 수 초를 넘기지 않았고, 전체 한 그루에 1분을 넘지 않았다. 온도는 손으로 만졌을 때 40~50도 정도로 따뜻했다.

부디 여러분도 성공하길 빌어봅니다.

ps 8월 29일. 한 달 잘 버티더니 다시 벌레 발생. 그래도 가장 길게 버팀. 오늘 한 번 더 따뜻한 물 발사. 후기는 계속 됩니다. 내년에 앵두가 많이 열릴 때까지 고유 합니다.